세법은 이제 정말 우주로 떠나버림...
다 갈아엎고 새로 쓰지 않는 이상은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와중에 25번의 정책을 잘 따라간 세무사들은 블루오션 안착.
어떤 분야를 내 무기로 삼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눈.
與 정치 셈법과 유불리 따라 세법 주물러
문정부 출범 이후 조세 불복 2배 늘고
1주택자 보유세 부담도 위험 수위
2% 종부세로 조세법정주의까지 파괴할라
[서울경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특위에 주요 쟁점에 대한 대면 보고를 실시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상위 2% 부과안(案)부터 양도세 경감까지 다양한 안건을 보고 테이블 위에 올렸다. 기재부는 특위 검토안에 대해 대체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의원들의 불호령을 단단히 각오했으나 실제 반응은 의외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우리도 세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년 대선도 결국 50만 표 차이로 갈리게 될 것이다. 정부 반대 의견도 존중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은 민주당이 중도층 50만 표를 더 얻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여당이 국가 경제의 핵심인 세금 정책을 뚜렷한 원칙 없이 정치적 셈법과 유불리에 따라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민국 조세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실거주 1주택자까지 징벌적 세 부담을 안기며 계층 간 ‘편 가르기’ 정책이 돼버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연속 개정, 표(票) 계산에 불리해지자 손바닥 뒤집듯 바꿔 세정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킨 양도세(주식 대주주 기준 3억 원에서 철회) 혼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부동산 양도세의 경우 △다주택자 여부 △보유 지역 △보유 기간 △실거주 여부 및 실거주 기간 △비과세 매매가 기준 변화 등 다양한 조건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가되며 ‘반도체 회로도’보다 더 복잡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다음 달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여당은 누더기 세법에 다시 칼을 들이대고 있다. 여당은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하자 전반적인 부동산 세 부담을 줄이겠다며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가 강성 친문 세력의 반발이 잇따르자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두 달 넘게 우왕좌왕하고 있다.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하는 실수요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종부세 부담을 낮춰주자는 요구(부과 기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와 “이렇게 되면 부자 감세 아니냐”는 반발에 부딪혀 고육지책으로 나온 ‘집값 상위 2%’ 종부세 부과 방안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형적 세제로 꼽힌다. 정부가 매년 상위 2% 주택 명단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내가 세금을 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어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정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당시부터 이미 지방세법상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재산세를 내는 상태에서 추가 과세 부담을 지우게 돼 ‘이중과세’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형적으로 바뀌어버린 부동산 세제 전반을 원점에서 다시 두고 재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부자 감세는 지지 세력 이탈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난도질을 당한 조세정책은 국민들의 다양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행정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세금 폭탄에 반발해 조세 심판을 청구한 건수는 총 1만 2,282건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의 6,003건과 비교해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지난해 하루 36건씩 조세 불복 청구가 이뤄진 것이다. 조세 심판 청구 금액도 같은 기간 5,720억 원에서 1조 2,597억 원으로 120% 넘게 증가했다. 국민들이 억울하다고 느낀 세금의 액수가 불과 4년 만에 7,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단순한 납세자들의 ‘떼 쓰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기간 조세심판원의 사건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은 21.7%에서 30.0%로 상승했다. 조세 심판 10건 중 3건은 정부가 지고 있는 셈이다. 한 세무법인 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25번 넘게 나왔고 세법 개정도 여러 차례 이뤄지면서 양도세와 같은 자산 승계만 집중적으로 컨설팅해주는 세무사들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며 “납세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세금은 이미 실패한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상승한 보유세는 급기야 국민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에 따르면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5㎡ 1채를 보유한 사람은 지난해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336만 원만 내면 됐지만 5년 뒤인 오는 2026년에는 집값이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806만 원의 보유세를 물어야 한다. 매달 67만 원의 세금을 나라에 꼬박꼬박 내야 하는 처지에 몰리는 것이다. 집값이 비싼 강남은 세금 부담이 더 심해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5㎡) 1채를 보유한 사람의 보유세는 이 기간 1,139만 원에서 2,578만 원으로 뛰게 된다. 기재부 세제실장을 지낸 전직 관료는 “조세가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쓰일 수는 있지만 지금은 경제를 넘어 ‘조세의 정치화’가 위험수위에 올라와 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원칙 있는 세제 재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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